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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둔 3D 프린터를 펜 플로터로: 코드로 그림 그리기 실험

버려둔 3D 프린터를 펜 플로터로: 코드로 그림 그리기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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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 방치돼 있던 장비가 다시 작업대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한 개발자는 5년 전에 산 Ender 3 3D 프린터를 오랫동안 원래 상자에 넣어 보관해 두었다가, 이를 펜 플로터로 개조해 절차적 생성 예술(procedural art)을 그리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3D 프린터를 조형 출력이 아니라 XY 평면 위에서 펜을 움직이는 드로잉 기계로 재활용하는 접근인데, 값비싼 전용 플로터를 사지 않고도 벡터 기반 그래픽을 실제 종이 위에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3D 프린터를 펜 플로터로 바꾸는 법

개조의 핵심은 의외로 단순하다. 0.2mm 파인라이너 펜에 작은 네오디뮴 자석 두 개를 붙이고, 금속으로 된 프린터 헤드 케이싱에 그대로 부착하는 방식이다. 자석의 힘만으로도 펜이 충분히 안정적으로 고정된다고 한다. 다만 펜은 원래 필라멘트가 나오던 노즐과는 다른 위치에 붙기 때문에, 그 간격만큼 좌표를 보정해야 한다. 이 오프셋은 프린터 설정에서 잡아 주거나, gcode를 생성하는 단계에서 반영하면 된다. 하드웨어 개조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가벼운 작업인 셈이다.

Ender 3 자체는 성능은 쓸 만하지만 설정이 까다롭고 필라멘트를 가린다는 평이 있는 장비다. 그러나 펜 플로터로 쓸 때는 조형 출력의 골칫거리였던 온도나 소재 문제에서 벗어난다. 중고로 60유로 안팎에 거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창작 도구로서의 진입 비용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미 프린터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사실상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 놀이이기도 하다.

Inkscape로 경로에서 gcode까지

소프트웨어 파이프라인은 오픈소스 벡터 편집기인 Inkscape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벡터 경로를 gcode로 변환하는 작업은 Inkscape의 확장 기능인 Gcodetools의 'Path to Gcode'로 처리하며, 이렇게 만든 gcode는 프린터에서 별도 개조 없이 그대로 실행된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실무 포인트가 폰트다. 일반 폰트를 그대로 쓰면 플로터가 글자의 '외곽선'을 따라 그리기 때문에 결과가 지저분해진다. 대신 Inkscape에 기본 포함된 Hershey 폰트 같은 스트로크(획) 기반 각인용 폰트를 쓰면, 펜이 글자의 중심선을 따라 한 획씩 그어 플로터에 적합한 결과를 낸다.

손으로 그린 도형이 코드의 입력이 된다

이 실험을 특히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Scott Pakin이 만든 'Simple Inkscape Scripting' 확장이다. Inkscape는 원래 스크립팅을 기본 지원하지 않지만, 이 확장을 통해 파이썬으로 도형을 생성하고 조작할 수 있다. 개발자는 이 API가 p5.js와 비슷한 감각을 주면서도 SVG 패러다임에 기반해 있고 문서화가 잘 돼 있다고 평가한다. 파이썬 기반이라는 점 덕분에 이미지 처리 라이브러리 Pillow나 수치 계산 라이브러리 NumPy와 조합할 수 있어, 알고리즘적 표현의 폭이 크게 넓어진다.

작업 흐름도 직관적이다. Inkscape에서 도형을 직접 그리고, 그것을 선택한 뒤 Render 메뉴에서 스크립트를 실행하면 된다. 스크립트의 입력 자체를 손으로 그릴 수 있다는 점, 즉 사람이 손으로 스케치한 형태가 코드의 파라미터가 된다는 점이 이 방식의 독특한 부분이다. 개발자는 이를 통해 부드럽게 흐르는 추상적 형태를 만드는 알고리즘을 다른 자료에서 배워 파이썬으로 구현해 즐기고 있다고 밝혔다. 완전한 코드 생성과 손 그림 입력의 중간 지점에서, 알고리즘과 즉흥성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셈이다.

실무자가 눈여겨볼 지점

이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도구 그 자체보다 '마찰 없는 셋업'의 가치다. 개발자는 파이프라인이 매끄럽게 구성돼 있어 새로운 기법을 배우고 실험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창작이든 개발이든, 아이디어에서 결과물까지의 경로가 짧을수록 시도 횟수가 늘고 학습이 빨라진다는 오래된 원리를 그대로 보여 준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게도 익숙한 감각이다.

물론 한계도 분명하다. 자석으로 펜을 붙이는 방식은 정밀한 압력 제어나 펜을 들어 올리는 Z축 동작에서 전용 플로터만큼의 안정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오프셋 보정이나 gcode 변환은 여전히 수작업에 가까운 조정을 요구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미 수준 실험이며, 대량 생산이나 상업적 정밀 출력의 대안은 아니다. 그럼에도 방치된 장비, 무료 소프트웨어, 그리고 파이썬 몇 줄을 엮어 손 그림을 물리적 드로잉으로 바꾸는 이 조합은, 가진 것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새로운 작업 영역이 열릴 수 있음을 보여 준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sometimes.digital/posts/experiments-with-plotter-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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