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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은 왜 지루해졌나 — 질문을 지운 교과서와 '형태가 곧 기능'이라는 열쇠

생물학은 왜 지루해졌나 — 질문을 지운 교과서와 '형태가 곧 기능'이라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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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이자 작가인 제임스 소머스는 자신이 생물학을 사랑했어야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학교에서 만난 생물학은 골지체와 크렙스 회로, 유사분열과 감수분열, DNA와 여러 종류의 RNA처럼 이름을 나열하고 암기하는 과목이었다. 그의 진단은 단순하지만 뼈아프다. 교과서가 '탐구'를 짜내 버렸다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들이 놀라움 없이 제시됐고, 내 몸의 모든 세포가 같은 DNA를 가진다는 사실조차 그저 정보로 전달됐다. 실무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학습 설계의 실패에 대한 이야기이고, 기술 교육에도 그대로 옮겨 붙는 문제다.

결론만 남고 질문이 사라진 학습

소머스가 드는 예시는 발생학이다. 하나의 세포가 분열을 거듭하다 어느 순간 뇌가 될 세포가 갈라져 나온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경이롭다. 배아는 어떻게 위와 아래를 구분할까. 배아액 속 화학 물질의 농도 기울기가 신호가 되어 일부 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살짝 바꾸고, 그 세포들이 다시 더 정교한 신호를 내보내며, 이 과정이 반복된 끝에 뇌세포와 발세포가 생긴다. 그는 교사가 '배아가 어떻게 분화할 수 있을까'라고 묻고 잠시 학생들이 진짜로 생각하게 두었어야 했다고 아쉬워한다. 과목의 핵심은 그 질문의 답 안에 통째로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이 감각을 되찾은 것은 대학에서였다.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의 '괴델, 에셔, 바흐'를 읽고 나서 세포를 재귀적으로 자기 자신을 수정하는 프로그램으로 이해하게 됐다. DNA가 RNA를 만들고 RNA가 단백질을 만들며, 그 단백질이 다시 DNA의 전사를 조절하는 순환은 매크로가 매크로를 낳는 작은 리스프 프로그램처럼 보였다. 소스코드 안에 지구 생명의 모든 명령이 들어 있다는 비유는, 암기 대상이던 화학식을 흥미로운 대상으로 바꿔 놓았다.

실험은 있었고, 교실엔 없었다

소머스는 1940년대 오즈월드 에이버리의 실험도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다고 지적한다. 에이버리는 거친 질감의 폐렴구균과 매끄러운 균주를 섞으면 이후 세대가 모두 매끄러워지는 현상, 이른바 '접시 위의 유전'을 관찰했다. 당시 다수는 단백질이 형질을 전달한다고 봤지만 그는 핵산을 의심했다. 원심분리기와 물, 세제, 산만으로 매끄러운 균주에서 핵산을 정제해 거친 균주에 넣자, 그 균주가 다음 세대부터 매끄러워졌다. 이 '형질전환 물질'의 발견은 십여 년 뒤 이중나선 발견으로 이어진 흥분의 출발점이었다. 학교 실험대에서 재현할 수도 있었을 이 이야기 대신, 학생들은 결론만 건네받았다.

소머스는 이를 폴 록하트가 '수학자의 탄식'에서 지적한 문제와 연결한다. 삼각형 넓이를 두고 우리가 즐길 수 있었던 퍼즐 대신 곧바로 공식을 외우게 하는 교육 말이다. 생물학은 더 지저분한 주제라 사실들이 더 자의적으로 보이고, 왜 신경 써야 하는지 모른 채 '지질 이중층'과 '소포체'를 구분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그의 대안은 프로그래밍을 배우며 얻은 교훈이다. 방대한 주제는 얇고 깊은 조각으로 접근하는 편이 낫고, 작은 프로젝트가 흩어진 지식을 끌어모으는 자석 역할을 한다. 학습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밑바닥은 물리적이다 — 형태가 곧 기능

그는 코로나19 관련 취재를 하며 면역학의 방대한 용어에 부딪혔다. 백혈구, 단핵구, 림프구가 문장마다 바뀌고, 모든 인터류킨은 사이토카인이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 식의 포함 관계가 곳곳에 있다. 그가 아는 한 이렇게 프랙탈처럼 복잡한 주제는 없으며, 이는 컴파일러부터 CPU까지 매 계층이 추상화인 컴퓨팅과 닮았다. 다만 생명 시스템은 의도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전역 가변 상태의 거대한 뒤범벅'이라 훨씬 나쁘다. 무언가를 켜려면 그것의 억제자를 억제하는 식이고, 안다고 생각한 호중구조차 여러 종류가 있으며 그중 일부는 정반대로 작동한다. 모든 것이 규칙의 예외다.

그러나 컴퓨팅처럼 생물학에도 바닥이 있고, 그 바닥은 추상이 아니라 물리적이다. 서로 부딪히는 형태들이다. 20세기 분자생물학의 큰 발견은 구조와 기능의 결합이었다. 짝지은 나선을 이루는 비주기적 결정은 스스로 풀리고 복제되기에 유전의 저장고가 되고, 헤모글로빈은 산소가 레고처럼 끼워질 때마다 남은 자리가 넓어져 단숨에 산소를 싣는다. 세포들이 나누는 대화의 언어도 형태다. 사이토카인이 막단백질에 결합하면 그 단백질의 모양이 바뀌어 안쪽에서 쥐고 있던 신호 분자를 놓치듯 떨어뜨리고, 그 분자가 핵으로 향한다.

유전자 발현도 물리적으로 보면 명확해진다. 포유류 DNA는 히스톤이라는 원형 단백질을 감고 또 감아 접혀 있는데, 전사를 담당하는 분자 기계는 접혀 숨겨지지 않은 부분만 지나갈 수 있다. 섬유를 조금 꺾으면 기계가 볼 수 있는 부분이 달라지고, 세포는 '재프로그래밍'된다. 오늘날 널리 쓰이는 RNA 시퀀싱은 냉동한 세포 안의 RNA 전사체를 세어, 그 순간 발현 중인 단백질의 스냅숏을 얻는다. 어떤 세포인지, 건강한지 병들었는지는 결국 유전자-전사체 수치 표 위 분포의 차이일 뿐이며, 세포는 이 고차원 발현 공간을 움직인다. 소머스는 데이비드 굿셀의 '생명의 기계장치' 같은 그림 많은 책을 추천하며, 물 분자에 사방에서 얻어맞아 빠르게 진동하지만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는 세포 속 무작위 확산의 세계를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 좋은 학습이라고 말한다. 질문에서 출발해 바닥의 물리로 내려가는 이 접근은, 생물학뿐 아니라 모든 복잡한 기술 주제를 배우는 이에게 유효한 처방이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jsomers.net/i-should-have-loved-bi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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