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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에서 남의 가축을 지키는 남자들, 그리고 침묵이라는 노동

세상의 끝에서 남의 가축을 지키는 남자들, 그리고 침묵이라는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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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파타고니아 최남단, 남극으로 향하기 직전의 이 땅은 흔히 '세상의 끝'으로 불린다. 날씨는 변덕스럽게 몰아치고, 몇 안 되는 소도시를 벗어나면 인간의 흔적은 거의 사라진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연을 잠깐 구경하고 떠나는 관광객이지만, 이 황량한 땅에 실제로 뿌리내리고 사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바로 '푸에스테로(puestero)'다. 이들은 땅 주인에게 고용되어 목장과 가축을 돌보는 외로운 남자들로,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씩 다른 사람을 보지 못한 채 고립된 오두막에서 지낸다.

푸에스테로의 노동은 고되지만 보수는 변변치 않다. 그래서 젊은 세대에게는 매력이 없고, 이 일을 이어받을 사람도 거의 없다. 결과적으로 푸에스테로는 점점 나이 들어가는 '사라지는 직군'이 되고 있다. 이들의 존재를 기록으로 남긴 이는 네덜란드 사진작가 피 아르츠(Pie Aerts)다. 그는 2018년 파타고니아에 아홉 달 머무는 동안 지평선을 배경으로 말 위에 홀로 선 이들의 실루엣을 멀리서 여러 번 목격했다. 아르츠는 그들이 "거대한 풍경 속에서 금욕적으로 보이면서도 동시에 극도로 취약해 보였다"고 회고한다.

격리가 던진 질문

흥미롭게도 이 프로젝트를 촉발한 것은 코로나19 봉쇄였다. 2020년 암스테르담 자택에서 격리 생활을 견디던 아르츠는 문득 파타고니아에서 본 고독한 남자들을 떠올렸고, 장기간의 고립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고들기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이들을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를 발견한 그는 감독인 마티아스 볼라(Matías Bolla)에게 연락했다. 칠레계 호주 영화감독인 볼라 역시 당시 칠레에서 격리 중이었다. 두 사람은 2022년 칠레로 함께 돌아가 여러 차례 촬영을 진행했고, 그 결과 현재 후반 작업 중인 장편 영화와 사진집 '코이론(Coirón)'이 나왔다. 제목은 이 지역에 자생하는 유난히 질긴 풀의 이름에서 따왔다.

처음 아르츠가 담으려 한 주제는 '고독'이었다. 그러나 취재를 이어가면서 그는 이들의 삶이 고독만큼이나 불안정성과 박탈로 규정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연금이나 사회 복지 장치가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은 이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것은 '은퇴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아르츠는 한 푸에스테로의 말을 인용한다.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는 땅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 참 안타까운 일이다." 사진집 속 한 장면에서는 흙이 낀 손톱의 손바닥 위에 초라한 산딸기 두 알이 놓여 있다. 자신에게 속한 얼마 되지 않는 것과, 결코 자신의 것이 아닌 광대함이 나란히 배치된다.

침묵이라는 방법론

이 작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방법론이다. 아르츠는 스페인어에 능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뷰는 볼라가 맡고, 아르츠는 뒤에 앉아 그저 상황을 흡수했다. 언어 장벽은 오히려 생산적인 제약이 되었다. 그가 푸에스테로들과 맺은 관계는 대부분 비언어적 교류 위에 세워졌다. 음악을 틀고, 함께 저녁을 짓고, 고요함을 나누는 식이었다. "때로는 방 안에 앉아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바람 소리를 듣는 것이 필요했다"고 그는 말한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늘 공백을 무언가로 채우려 드는 세계에서 온 그에게 이 침묵은 큰 충격이었다.

바로 이 대목이 IT 실무자에게도 의미가 있다. 우리는 알림과 메시지, 끊임없는 접속으로 공백을 메우는 것을 기본값으로 삼는다. 아르츠가 "항상 공백을 채우는" 문화에서 왔다고 말할 때, 그것은 곧 상시 연결 상태를 노동과 삶의 조건으로 받아들인 우리 자신에 대한 묘사이기도 하다. 원격 근무와 디지털 고립이 일상이 된 시대에, 오랜 고립이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파타고니아만의 것이 아니다. 다만 푸에스테로의 고립은 자발적 디지털 디톡스가 아니라, 대체 인력도 안전망도 없이 구조적으로 강요된 것이라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사진집에는 쉽게 해석되지 않는 장면들도 있다. 버려진 방 한가운데 놓인 박제된 퓨마, 소파 위에 늘어선 다섯 마리의 박제 아르마딜로, 흐린 하늘 아래 주저앉은 세 개의 매트리스 같은 이미지들이다. 이런 사진들은 보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뒤 오래 남으며, 이 외딴 시골의 삶이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낯설다는 것을 암시한다. 결국 '코이론'이 기록한 것은 사라져가는 한 직군의 초상인 동시에, 고난과 회복력이 공존하는 인간의 조건이다. 끈질긴 풀의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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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전체 보기 → https://www.newyorker.com/culture/photo-booth/the-lonely-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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