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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ker News 2026.09.04 31
#AI

차 없는 거리는 왜 죽었나: 샌프란시스코 마켓 스트리트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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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이었던 마켓 스트리트가 도심 한복판의 텅 빈 아스팔트 벌판으로 변했다. 한때 관광객과 쇼핑객, 노점상으로 북적이던 파월 스트리트 일대는 이제 월요일 낮에도 버스 몇 대와 자전거 몇 대만 오갈 뿐이다. 상점은 판자로 막혀 있고, 넓은 인도 위에는 행인이 드물다. 2026년 1월에는 마켓 스트리트 상권의 심장이었던 샌프란시스코 센터몰마저 문을 닫아, 파월 스트리트 역 앞에 판자로 봉쇄된 거대한 빈 건물로 남았다. 도시 인프라와 상권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그리고 좋은 의도의 정책이 왜 역효과를 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둠 루프: 도심 공동화의 악순환

마켓 스트리트의 몰락에는 여러 요인이 겹쳤다. 우선 팬데믹과 원격근무 전환, 그리고 범죄 급증이 서로를 강화하는 이른바 '둠 루프(Doom Loop)'가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 충격에 특히 취약했다. 20세기 도시계획과 용도지역 규제가 사무실을 도심에 몰아넣고 주거지를 외곽에 배치한 탓에, 사람들이 출근을 멈추자 도심에는 사실상 거주자가 없어 곧바로 텅 비어버렸다. 도심이 주거·상업 혼합용도로 개발된 유럽·아시아 대도시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게다가 테크 산업 비중이 커 원격근무 전환폭도 더 컸다.

범죄도 악순환의 한 축이었다. 2020년 다른 서부 도시들을 강타한 대규모 폭동은 피했지만, 유니언 스퀘어와 마켓 스트리트의 샌프란시스코 센터 주변에서는 약탈이 잦았다. 팬데믹 이후에도 '치고 빠지는' 상점 절도가 심각해, 아메리칸 이글은 도심 매장에서 100건이 넘는 폭력·괴롭힘 사건이 있었다며 몰 측의 방범 소홀을 문제 삼아 소송까지 제기했다. 통행량이 줄면 '거리를 지켜보는 눈'이 사라져 재산 범죄가 늘고, 범죄와 통행 감소는 상점 폐업을 부르며, 상점이 줄면 다시 통행이 줄어드는 구조였다.

회복의 조짐과 남은 상처

최근에는 회복의 실마리도 보인다. 2025년 한 해에만 재산 범죄가 27% 줄었고, 주거침입 절도는 29%, 절도(소매 절도 포함)는 22%, 강도는 24% 감소했다. 2026년에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덕분에 파월 스트리트에서 만(bay)에 이르는 구간은 더 이상 종말 영화 같은 분위기가 아니다. AI 붐으로 사무실 수요가 완만히 반등했고, 일부 오피스 건물은 주거용으로 전환돼 혼합용도 도심의 가능성을 열었다. 기업과 시 정부의 사무실 복귀 방침도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럼에도 마켓 스트리트의 평일 통행량은 여전히 2019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자동차 금지, 그러나 보행자는 더하지 않았다

둠 루프와 별개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부터 작동한 결정적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자동차 통행 금지다. 시는 파리의 사례를 본떠 도심 마켓 스트리트를 승용차에 폐쇄했다. 문제는 버스와 배송 트럭, 허가받은 택시는 그대로 다닐 수 있었다는 점이다. '대중교통은 선, 자동차는 악'이라는 진보적 도시주의 사고에 따른 선택이었지만, 버스도 자동차만큼 쉽게 보행자를 칠 수 있다. 결국 자동차는 뺐지만 보행자를 위한 공간은 더하지 않아, 거리가 더 비어버리는 결과를 수학적으로 예고한 셈이었다.

비용은 명확하다. 마켓 스트리트에 주차할 수 없고 우버·리프트가 승하차를 할 수 없게 되자 상점 방문의 매력이 떨어졌고, 사람들은 다른 지역의 식당과 가게로 발길을 돌렸다. 식당은 음식 배달마저 끊겨 중요한 매출원을 잃었다. 반면 얻은 것은 미미하다. 매연이 조금 줄고, 인도를 벗어난 보행자의 사고 위험이 다소 낮아진 정도다. 심지어 자전거 통행조차 팬데믹 이전보다 줄었다. 시가 자전거 친화적으로 만들겠다던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전차 궤도에 바퀴가 끼거나 버스·트럭에 치일 위험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통행수단이 아니라 '장소'를 설계했어야 했다

부실한 실행은 이 정책 전반의 특징이었다. 조시 코엔이 2023년 기고에서 지적했듯, '더 나은 마켓 스트리트(Better Market Street)' 사업은 인도 위 고가 자전거 전용차로로 자전거·스쿠터를 버스·전차·보행자와 분리하는 미래형 대로를 약속했다. 그러나 10년 넘는 계획에도 사업비가 10억 달러를 넘겼다가 6억 400만 달러로 축소됐고, 결국 5번가에서 8번가에 이르는 세 블록의 소규모 개선을 넘어서는 예산은 증발했다. 2020년 말 시는 고가 자전거 차로 계획을 폐기해 안전거리 옹호자들의 분노를 샀다. 지속적인 비용 초과가 야심찬 사업을 축소시키는, 취약한 행정 역량의 전형적 패턴이었다.

근본 문제는 실행보다 발상에 있었다. 파리는 센 강변처럼 특정 구역에서 자동차뿐 아니라 버스·트럭까지 금지해 보행자가 안전하게 걸을 공간을 만들었고, 특정일에는 넓은 구역을 보행자에게 내줬다. 파리의 제한통행구역(LTZ)도 도심 자동차를 전면 금지하는 게 아니라 '통과' 차량만 막아, 그 안에 머무는 사람은 운전할 수 있게 한다. 핵심은 도심을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머무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반면 마켓 스트리트는 2019년보다 보행 공간이 조금도 늘지 않았고, 여전히 인도로만 걸어야 한다. 특정 시간대 전면 보행자 개방이나 일부 구간의 버스·트럭 상시 차단으로 타임스스퀘어 같은 광장을 만들 수도 있었지만, 시와 그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가·비영리 단체들은 '자전거와 버스는 선, 자동차는 악'이라는 단순한 규칙에 머물렀다.

이는 공공 공간이 아니라 이동수단을 중심에 둔 사고다. 마켓 스트리트를 목적지가 아닌 통로로 여긴 것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도시 공간을 관통하는 데만 몰두하는 '교외적' 발상이며, 제인 제이컵스가 아니라 '버스판 로버트 모지스'가 된 셈이다. 현실적 대안으로 저자는 승용차 재허용을 꼽는다. 보행량을 늘려 상권을 살리는 최적의 방법은 아니지만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며, 대니얼 루리 시장은 이미 일부 우버·리프트·웨이모 차량의 운행을 허용하며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좋은 의도의 정책이라도 '무엇을 없앨지'만 정하고 '무엇을 더할지'를 설계하지 않으면 공간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이, 한국의 도심 재생과 보행환경 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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