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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ker News 2026.08.29 42

AI로 가짜 화장품 잡아내기: 제미나이는 위조품을 얼마나 알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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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품(僞品) 문제는 의약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짜 의약품 판별 도구를 개발해 온 그로버랩(Groverlab)의 한 연구자는 화장품 분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소개에 따르면, 여러 조사에서 eBay·틱톡숍(TikTok Shop)·빈티드(Vinted) 같은 플랫폼에 올라온 유명 브랜드 메이크업·스킨케어 제품의 3분의 2가량이 위조품으로 추정된다. 가짜 화장품은 소비자의 돈을 낭비시킬 뿐 아니라 중금속이나 세균 같은 유해 물질에 피부를 노출시킬 위험도 안고 있다. 문제는 요즘 위조품의 완성도가 매우 높아, 겉만 봐서는 정품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한 불일치가 드러나지만, 구매 전에 그런 조사를 할 시간이나 전문성을 가진 소비자는 드물다.

실험 설계: 립 틴트 세 개와 제미나이

연구자는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소비자가 사진 몇 장만 찍어 챗GPT, 제미나이(Gemini), 클로드 같은 기존 AI 모델에 물어보면 위조 여부를 가려낼 수 있지 않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그는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위조 표적으로 지목된 '로드 펩타이드 립 틴트(Rhode Peptide Lip Tint)' 세 개 패키지를 준비했다. 각 패키지마다 종이 상자의 네 옆면과 튜브 앞뒤를 찍어 총 여섯 장의 사진을 만들고, 이를 구글 제미나이의 'Flash' 모델에 '사고(Thinking)' 기능을 켠 상태로 업로드했다. 프롬프트는 단순했다. "이 로드 펩타이드 립 틴트 튜브는 정품입니까?" 그리고 한 번 더 "다른 의심스러운 점이 있습니까?"라고 추궁하는 방식으로 응답을 이끌어냈다.

AI가 잡아낸 것들

결과부터 말하면, 세 패키지 가운데 공개된 두 개(A, B)는 모두 가품이었고 제미나이는 둘 다 위조품으로 정확히 판정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그 근거의 밀도다. 제미나이는 성분표에서 'Diisostearyl Malate'가 'Diisosteary! Malate'로 잘못 표기된 것을 짚어냈는데, 이는 위조범이 실제 성분표를 스캔한 뒤 광학문자인식(OCR)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소문자 L을 느낌표로 잘못 읽은 흔적으로 보인다. 더 인상적인 것은 단일 사진 안의 오류를 넘어 사진들 사이의 모순까지 포착했다는 점이다. 상자에는 책임자(RP)로 벨기에·영국의 BIORIUS가, 튜브에는 아일랜드·영국의 PWC Services가 적혀 있어 정품이라면 일치해야 할 규제 연락처가 어긋난다는 것을 잡아냈다. 아일랜드 우편번호(Eircode)에서 더블린 1구역의 올바른 라우팅 키인 D01이 알파벳 O를 쓴 DO1로 바뀐 것, 이탈리아어 재활용 문구 'RACCOLTA PLASTICA'에서 끝의 A가 빠진 것까지 지적했다. 여러 위조 패키지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배치번호 '112505'를 알려진 가품 표식으로 인식한 점도 눈에 띈다.

사진이 만드는 착각

그러나 제미나이의 오판도 분명했고, 대부분은 사진 자체의 한계에서 비롯됐다. 튜브 표면에 반사된 조명 반짝임을 인쇄 오타로 오인해 'SOLUTIONS'가 'SOLOTIONS'로 잘못 찍혔다고 주장하거나, 패키지 B에서는 조명 반사를 두고 'Apply'가 'Appli'로 오타 났다고 단정했다.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실수다. 또한 정품에 실제로 존재하는 특징을 가품의 증거로 잘못 들기도 했다. 상자 앞면의 튜브 모양 음각 테두리나 부피 표기가 촘촘히 붙어 있는 것은 현행 정품에도 나타나는데, 제미나이는 이를 위조 근거로 제시했다. 정품 문구를 인용할 때도 "정품은 'tinted lip treatment'라고 적혀 있다"는 식으로 이미 바뀐 옛 표현을 근거로 삼는 등 세부 정보가 부정확한 경우가 있었다.

실무자에게 남는 함의

이 실험이 한국 IT·커머스 실무자에게 시사하는 바는 두 갈래다. 첫째, 범용 멀티모달 모델은 이미 텍스트 오탈자, 규제 표기 불일치, 우편번호 형식 검증처럼 규칙성이 있는 위조 신호를 상당한 수준으로 잡아낸다. 브랜드 진위 확인이나 반품·정산 심사 같은 업무에 보조 도구로 붙일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둘째, 그 판정을 그대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 모델은 조명 반사나 촬영 각도 같은 사진 아티팩트를 실제 결함으로 착각하고, 학습 시점 이후 바뀐 정품 사양을 반영하지 못해 정품을 가품으로 몰 수 있다. 결국 근거 하나하나를 사람이 검증해야 하며, 통제된 촬영 환경과 최신 정품 기준선을 함께 갖출 때만 실효성이 생긴다. 이 사례는 실물 진위 판별에서 AI가 '최종 판정자'가 아니라 '숙련된 검사원의 눈을 넓혀주는 도구'로 자리할 때 가장 유용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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