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랩스(Inception Labs)가 확산(diffusion) 방식 언어 모델의 최신 버전인 머큐리(Mercury) 2.5를 공개했다. 대부분의 상용 대규모 언어 모델이 토큰을 한 개씩 순차적으로 생성하는 자기회귀(autoregressive) 방식을 쓰는 것과 달리, 머큐리는 이미지 생성에서 익숙한 확산 기법을 텍스트에 적용한 계열이다. 회사 측은 머큐리 2.5가 현재 시장에 나온 확산 방식 LLM 중 가장 성능이 뛰어나며, 자신들이 아는 한 지금까지 훈련된 확산 언어 모델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숫자로 제시된 핵심 지표는 세 가지다. 속도는 널리 보급된 엔비디아 GPU에서 초당 1,107토큰, 지능(품질)은 이전 버전인 머큐리 2 대비 40% 향상, 가격은 100만 입력 토큰당 0.20달러, 100만 출력 토큰당 0.75달러다. 출시 시점에는 80% 할인을 적용해 입력 0.04달러, 출력 0.15달러로 제공한다. 인셉션 랩스는 이 정도 지능 수준을 GPT-5.6 루나(Low), 제미나이 3.5 플래시-라이트, 클로드 하이쿠 4.5 같은 '비용 최적화 프런티어 모델'과 견줄 만하다고 설명한다. 즉 최상위 성능 경쟁이 아니라, 저지연·저비용 구간에서 쓸 만한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 이 모델의 지향점이다.
벤치마크보다 실제 실패 사례로 다듬다
주목할 점은 개선의 방법론이다. 회사는 머큐리 2 출시 이후 수천 명의 개발자와 수십 개 기업이 이를 프로덕션에 투입했고 사용량이 한 자릿수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온 고객 피드백과 실제 운영 중 발생한 실패 사례를 평가(eval) 기준을 날카롭게 다듬고 훈련 방향을 좁히는 데 활용했다고 한다. 벤치마크 점수만으로는 잡히지 않는 신호를 실제 워크로드에서 얻었다는 것인데, 머큐리 2.5는 그 피드백 루프의 첫 결과물로 소개됐다.
검색·음성·코딩, 지연이 곧 비용인 영역
머큐리가 겨냥하는 영역은 명확하다. 하나의 검색 요청은 검색 계획 수립, 질의 재작성, 결과 재정렬, 사실 구조화, 출처 요약, 답변 검증 등 수십 번의 모델 호출을 촉발한다. 이 호출들이 사용자 한 번의 상호작용 안에 들어올 만큼 빨라야 하며, 이미 여러 검색 인프라 기업이 머큐리를 프로덕션에서 쓰고 있다고 한다. 음성 분야에서는 지연이 곧 발신자가 듣는 침묵의 길이다. AI 전화 상담원을 만드는 오픈콜(OpenCall)은 머큐리 도입 후 중앙값 모델 응답 지연이 약 170밀리초 수준으로 내려왔고, P99 응답 시간이 수 분에서 1초로, P50이 0.4초에서 0.2초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코딩 에이전트 사례도 비슷한 맥락이다. 오그먼트 코드(Augment Code)는 컨텍스트 압축, 모델 라우팅, MCP 도구 검색에 머큐리를 쓰는데, 압축 작업을 머큐리로 옮기자 지연이 약 150초에서 27초로 82% 줄고 비용은 90% 감소하면서도 품질은 유지됐다고 한다. 도구 검색 요약은 1초 이내에 돌아온다는 설명이다. 이런 보조적 호출들은 반복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지연과 비용이 빠르게 누적되며, 바로 그 지점을 머큐리가 파고든다.
기능 면에서는 조절 가능한 추론(tunable reasoning), 병렬 도구 호출, 스키마에 맞춘 JSON 출력을 지원한다. 함께 프리뷰로 공개된 머큐리 보이스(Mercury Voice)는 첫 토큰까지의 시간(TTFT)이 170밀리초 미만으로, 가장 빡빡한 지연 예산을 요구하는 음성 에이전트에 최적화된 확산 LLM이다. 머큐리 라우터(Mercury Router)는 들어오는 프롬프트를 확산 모델로 이해한 뒤 품질·속도·비용의 균형이 가장 좋은 오픈·클로즈드 모델로 라우팅한다. 모델은 인셉션 API, 베이스텐, 오픈라우터를 통해 이용할 수 있고, 기업용 배포는 전용 용량, 오토스케일링, 컴플라이언스 제어, 데이터 보존 설정을 지원한다.
실무자가 짚어야 할 한계
한국 실무자 관점에서 이 발표는 '최고 지능'이 아니라 '지연이 병목인 파이프라인'을 다시 볼 계기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검색·음성·에이전트처럼 한 요청이 여러 번의 모델 호출로 쪼개지는 구조라면, 보조 단계를 빠르고 값싼 모델로 대체해 전체 지연과 비용을 압축하는 접근이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제시된 속도·비용·품질 수치는 인셉션 랩스와 일부 고객사가 자사 워크로드에서 측정한 값이며, 비교 대상으로 든 모델과의 품질 동등성 주장도 자체 평가에 기반한다. 출시 할인가 역시 한시적이라 정가 기준으로 비용을 재계산해야 한다. 회사는 이미 자사 최대 규모의 차기 모델을 훈련 중이며 향후 몇 달 내 출시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는데, 확산 방식이 속도와 토큰 효율을 유지한 채 어디까지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가 이 계열의 실용성을 가늠할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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