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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로 쓰는 블로그, '느린 웹'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손글씨로 쓰는 블로그, '느린 웹'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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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뉴스에 소개된 새로운 블로깅 플랫폼 '핸드리튼(handwritten.blog)'은 이름 그대로 손으로 쓴 글을 그대로 웹에 올리는 서비스다. 타이핑한 텍스트를 예쁜 손글씨 폰트로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손으로 쓴 페이지를 '쓴 그대로' 게시하는 것을 지향한다. 소개 문구는 짧고 단호하다. 알고리즘 피드가 없고, 모든 블로그에 RSS가 제공되며, 좋아요 버튼이 없다. 그저 당신이 쓴 페이지가 그대로 공개될 뿐이라는 것이다. 만든 이는 이를 두고 '웹이 조금 더 인간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문장으로 요약했다.

무엇을 덜어냈는가

이 플랫폼의 정체성은 기능을 더한 데 있지 않고 덜어낸 데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콘텐츠 서비스는 추천 알고리즘, 참여 지표, 무한 스크롤을 핵심 성장 엔진으로 삼는다. 좋아요와 노출 수는 작성자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지만, 동시에 글의 방향을 '반응이 잘 나오는 것'으로 밀어붙이는 힘으로 작동한다. 핸드리튼은 바로 이 피드백 루프를 끊는 쪽을 택했다. 좋아요가 없으니 인기 순위가 없고, 알고리즘 피드가 없으니 남의 글이 내 화면에 밀려 들어오지도 않는다. 대신 각 블로그에 RSS를 붙여, 독자가 스스로 구독을 선택하는 옛 방식의 배포 구조로 되돌린다.

손으로 쓰게 한다는 제약도 같은 맥락에 있다. 소개 문구가 밝히듯 손글씨는 우리를 느리게 만든다. 키보드로는 생각보다 빠르게 문장이 쏟아지지만, 손으로 쓰면 한 문장을 적는 동안 다음 문장을 곱씹게 된다. 속도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려 '진짜 사고'가 일어날 여지를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편집과 복사가 어렵고 검색도 되지 않는 이미지 기반 글쓰기의 불편함을, 여기서는 결함이 아니라 기능으로 재해석한다.

오래된 흐름의 연장선

이런 시도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개발자와 창작자 사이에서는 거대 플랫폼의 알고리즘 피로에 대한 반작용으로 개인 웹사이트, 정적 블로그, RSS 리더의 부활을 이야기하는 흐름이 이어져 왔다. '스몰 웹', '슬로 웹'으로 불리는 이 정서는 트래픽과 참여를 최적화하는 대신, 글쓴이의 목소리와 독자의 능동적 선택을 복원하려 한다. 핸드리튼은 그 정서를 손글씨라는 물리적 은유로 극단까지 밀고 간 사례로 볼 수 있다. RSS를 기본값으로 두고 좋아요를 제거한 설계 결정은, 기술적 선택이라기보다 '웹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태도 표명에 가깝다.

실무자에게 남는 질문

한국의 IT 실무자 입장에서 이 서비스는 두 갈래로 읽힌다. 하나는 제품 설계의 관점이다. 참여 지표를 성장의 축으로 삼는 것이 거의 공식처럼 굳어진 상황에서, 지표 자체를 없애는 것을 정체성으로 내세운 제품이 어떻게 유지되고 확산될 수 있는지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실험이다. 좋아요와 알고리즘이 사라진 자리를 무엇이 대신 채우는지, 사용자가 계속 글을 쓸 동기를 어디서 얻는지는 앞으로 지켜볼 대목이다.

다른 하나는 명백한 한계다. 손으로 쓴 페이지를 이미지로 게시한다면 본문 검색, 텍스트 복사, 스크린 리더를 통한 접근성, 번역, 그리고 검색엔진 노출 모두에서 일반 텍스트 블로그보다 불리하다. 소개 문구만으로는 이런 부분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확인할 수 없고, 원문 역시 상세한 기술 스펙이나 요금, 사용자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이 플랫폼은 대중적 퍼블리싱 도구라기보다, 특정한 글쓰기 태도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위한 틈새 실험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결국 핸드리튼이 던지는 물음은 도구의 성능이 아니라 방향에 관한 것이다. 더 빠르고 더 많이 반응받는 글쓰기가 지배적인 시대에, 일부러 느리고 조용한 글쓰기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일이 어떤 가치를 갖는가. 이 실험이 소수의 취향으로 남을지, 알고리즘 피로에 지친 이들에게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웹의 기본값을 다시 질문하게 만든다는 점만으로도 기록해 둘 만하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handwritten.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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