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급할 때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당황했던 경험은 특정 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카고나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조차 공중화장실을 찾기 어려운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면, 19세기 유럽과 미국이 '길거리 배설'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다뤘는지에 대한 역사가 나온다. 그리고 그 역사는 단순한 위생 이야기를 넘어, 도시라는 시스템을 설계한 사람과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 사이의 간극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냄새를 지운 사진 속 작은 궁전
섬세한 철제 격자와 정교하게 새긴 유리, 지붕 위로 피어난 금속 꽃 장식까지 갖춘 아담한 키오스크. 사진만 보면 우아한 건축물이지만, 사진에는 결정적인 단서 하나가 빠져 있다. 바로 악취다. 이것은 파리의 악명 높은 공중 소변기, 피수아르(pissoir), 점잖게는 베스파지엔(vespasienne)이라 불린 시설이었다.
1800년대 중반 파리에서 길거리 배설은 단순한 골칫거리에서 공중보건 문제로 성격이 바뀌었다. 잇따른 콜레라 대유행으로 사람들은 인간의 배설물을 위험 요소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당국의 대응은 '앙페슈 피피(empeche pipi)'라 불린 적대적 건축이었다. 구석에 쇠못을 박거나, 소변 줄기가 신는 이의 신발로 되튀도록 둥근 석재를 덧대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장치는 배설 행위를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밀어낼 뿐이었다. 결국 1850년 길거리 배설이 아예 금지되면서, 사람들에게 갈 곳을 마련해줄 필요가 생겼다.
피수아르는 그 해답이었다. 철제 꽃과 조개, 소용돌이 장식, 심지어 이용자의 등 뒤를 지키는 듯 노려보는 작은 사자 머리 조각까지 붙은 이 시설은 오늘날의 삭막한 화장실과 달리 작은 궁전처럼 보였다. 다만 사생활 보호라고 해봐야 거리와 이용자 사이를 가르는 철제 가림막 한 장이 전부였다. 꼭대기에 가로등을 얹어 위치를 알리는 동시에 여기저기 붙은 광고를 비추게 했고, 향수 제조업자와 와인 양조업자들은 자기 제품이 소변기와 연상되는 것을 개의치 않았던 모양이다.
설계자의 의도를 넘어서는 사용자
이 시설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었다. 오직 남성용이었다는 점이다. 여성은 공적 생활의 일원이 아니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고, 따라서 외출 중에 볼일을 볼 수단이 필요하지 않다고 여겨졌다. 사회학자 앤드루 이스라엘 로스의 지적처럼 이는 일종의 자기실현적 예언이었다. 인프라가 특정 집단을 배제하도록 설계되면, 그 집단의 부재는 다시 배제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더 흥미로운 것은 설계자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용도였다. 피수아르는 곧 남성들이 서로 만나는 은밀한 장소가 되었다. 비교적 사적이고 외진 데다, 낙서를 통해 익명으로 소통하기에 알맞았기 때문이다. 공개적으로 모일 수 없었던 이들에게는 이상적인 숨구멍이었다. 로스는 저서 「Dirty Desire」에서, 도시의 의미는 도시를 구상하고 지은 자와 실제로 사용하는 자 사이의 끊임없이 변하는 대화 속에서 생겨난다고 썼다. 조성된 환경이 그것을 구상한 이들의 통제를 넘어서는 경향이야말로 근대 도시 생활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물론 곧 단속이 뒤따랐다. 경찰이 인기 있는 소변기를 순찰했고, 소변기에 발을 들였다는 사실만으로 협박 캠페인을 벌이는 공갈범들도 몰려들었다.
미국, 화장실이 금주 운동의 무기가 되다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 화장실은 전혀 다른 쟁점, 즉 금주 운동의 한복판에 놓였다. 마땅한 대안이 없던 시절 대도시의 사실상 공중화장실 역할을 한 곳은 술집(saloon)이었다. 볼일을 보려는 사람은 매번 술의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역사가 피터 C. 볼드윈의 「Public Privacy」에 따르면 금주 운동가들은 공중화장실 확보를 우선 과제로 삼았다. 1913년 시카고 트리뷴 기사는 맥주 바와 바텐더의 눈초리를 지나쳐야만 하는 처지를 개탄하며, 결국 부끄러움에 술값을 쓰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사생활 보호가 미약한 작은 소변기 대신 칸이 여럿인 대형 '컴포트 스테이션'을 주장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공공 화장실이 생기자 민간 시설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돈 내는 손님만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금주법 시대를 지나며 공중화장실 건설은 지지부진해졌고, 그나마 지어진 것들도 방치되어 낡아갔다. 오늘날 미국에서 20세기 초의 대형 지하 컴포트 스테이션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결국 도시의 보행자는 호텔, 상점, 식당, 카페처럼 반쯤 사적인 공간의 시설에 의존하게 되었다. 볼드윈의 표현대로, 신체적 사생활은 정부가 모든 시민에게 부여하는 권리가 아니라 구매 가능한 상품이 되었다. 무료로 제공되더라도 화장실 사용은 개인과 사업체 사이의 어색하고 마지못한 합의의 결과이며, 그 합의에는 개인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판단이 스며든다. 화려했던 파리의 소변기든 미국의 지하 화장실이든, 공공 인프라가 처음의 이상과 다르게 축소되거나 변질된 궤적은 지금도 도시에서 '갈 곳 없음'이라는 형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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